샤갈의 이스라엘의 12지파 이야기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소개
▲ 샤갈의 〈이스라엘의 12지파〉, 예루살렘 하다사 병원 예배당 내부
1. 색으로 새긴 성경의 이야기
마크 샤갈(1887–1985)은 유대인의 정체성을 품고 살아온 화가입니다. 그의 예술에는 신화, 성경, 고향, 추억, 꿈이 모두 녹아 있죠. 그런 그가 1960년대에 남긴 대표적인 공공 예술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스라엘의 12지파〉**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닙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 자체를 예술로 만든 작품이며, 성서와 민족의 정체성을 색으로 표현한 하나의 찬가입니다.
2. 작품은 어디에 소장되어 있을까요?
〈이스라엘의 12지파〉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하다사 병원(Hadassah Medical Center) 예배당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1962년 공개된 이 창은 마크 샤갈이 이스라엘 건국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것으로, 유대 민족의 뿌리와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작품은 야곱(이스라엘)의 12명의 아들들—이스라엘 12지파의 조상—의 이름을 각각 딴 12개의 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고유의 색감과 상징을 가지고 있죠.
3. 각 창문에는 이야기가 있다
샤갈은 각 지파의 이름에 따라 상징 동물, 사건, 인물, 성서적 예언 등을 회화적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성경 구절을 시각화하지 않고, 시적 상상력과 색채의 조율로 이야기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1) 베냐민
• 베냐민(Benjamin) – 늑대와 같은 기운을 지닌 지파로, 창문에는 전투적이면서도 고요한 파란빛이 감돕니다.
2) 요셉
3)단
• 단(Dan) – 정의와 심판을 상징하며, 붉은 선과 뱀이 인상적입니다.
4) 아셀
• 아셀(Asher) – 풍요와 기쁨의 지파로, 노란색과 초록의 부드러운 조화가 돋보입니다.
5) 납달리
6) 잇사갈 지파
7) 스블론
8) 유다
9) 레위
10) 시므온
11) 르우벤
각 창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빛을 통한 메시지입니다. 햇살이 창을 통과할 때, 그 빛은 보는 이에게 감정과 상징을 함께 전달하죠.
4. 샤갈의 색채 마법
샤갈은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에서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몽환적인 색채 구성과 부유하는 인물, 동물, 상징들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그는 유리 자체를 조각처럼 다루며,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포함해 전반적인 감각적 경험을 설계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빛은 나의 율동이자 음악이며, 기도이다.”
5. 제작은 어떻게 했을까요?
샤갈은 프랑스의 유명한 유리 예술가 **샤를 마르크(Charles Marq)**와 함께 2년 이상 이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색유리를 직접 선택하고, 납선을 따라 조각을 구성하면서 정교한 수공예 작업을 통해 이 스테인드글라스를 완성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화가의 작품’이 아니라, 화가와 장인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진정한 공공예술이었습니다.
6. 메시지를 넘은 예술
샤갈의 〈이스라엘의 12지파〉는 단지 유대인만을 위한 작품이 아닙니다.
그는 이 창들을 통해 희망, 정체성, 조화, 치유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이 빛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그는 창 하나하나에 기도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마무리하며
샤갈에게 있어 색은 언어였고, 스테인드글라스는 그가 세상에 들려주고 싶었던 **빛의 시(詩)**였습니다.
〈이스라엘의 12지파〉는 단지 종교적인 작업을 넘어,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빛의 성전입니다.
이스라엘을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예루살렘 하다사 병원의 예배당에 꼭 들러보세요. 샤갈이 유리와 빛으로 만든 기도가 고요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빛은 가장 강력한 예술의 언어다.” – 마크 샤갈